씨익*^0^*
버려진 신발을 보면 뒤집어보고 싶다 -황희순-
긴 겨울밤, 할머니는 호롱불 아래 옹송그리고 앉아 뒤꿈치 굳은살을 일삼아 도려냈다 기척 없는 문밖을 이따금 내다보며 평생 등 돌리고 살다 간 할아버지를 도려냈다. 아무리 도려내도 작은 신발에 담긴 할머니 발은 넘치고 또 넘쳤다 겨울이 가고 바닥이 다 닳은 흰 고무신 한 켤레를 남겼다. 그날 담장 밑 사잣밥과 나란히 놓인 할머니의 찢어진 그릇에 얇은 내 生을 담아본 적 있다 바닥이 만져지는 삶을 신어본 적 있다. 버려진 신발을 보면 뒤집어보고 싶다. 그 그릇에 담겼던 발이 궁금해진다.